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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아한 세계》 리뷰 – 조폭보다 더 위험한 건설 자본의 민낯 양복 입은 조폭 – 폭력보다 무서운 부동산 자본의 세계《우아한 세계》는 표면적으로는 조폭 누아르지만, 그 이면에는 부동산 개발과 정치 유착, 조직폭력배의 자본 세탁이라는 대한민국 자본 구조의 어두운 현실이 녹아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강인구는 평범한 중년 가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건설 비리를 관리하고 정치인을 관리하는 조직의 중간 보스입니다. 양복을 입고 골프장을 돌며, 지역 개발 계획을 미리 흘려 듣고, 알맞은 시점에 토지를 사들이고, 거기서 나온 이익을 ‘세탁’하는 그의 삶은 전형적인 한국식 권력 자본 연합의 축소판입니다.특히 인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야쿠자나 주먹잡이가 아닙니다. 건설사 임원, 지역 유지, 정치인, 경찰 고위 간부 등, 제도권에 속한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언어.. 2025. 5. 8.
영화 《베테랑》 리뷰 – 재벌 갑질과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재벌 2세의 갑질 – 영화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베테랑》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인물은 단연 조태오입니다. 재벌 3세이자 유아독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는, 법과 도덕 위에 서 있다고 믿으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합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원의 목숨조차 도구처럼 다루고, 경찰 수사를 압박하고, 언론을 조작합니다. 이 인물은 허구의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한국 사회의 수많은 뉴스 헤드라인을 떠올려 보면 놀랍도록 현실에 닿아 있습니다.조태오의 캐릭터는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동시에 묘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의 말투, 표정, 행동은 철저히 계산되어 있고, 그 속엔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 권력의 오만함이 녹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는 갑질 논란, 비자금 조.. 2025. 5. 8.
영화 《머니볼》로 배우는 데이터 투자 전략 – 숫자로 시장을 이기는 방법 전통을 깨다 – 숫자로 싸운 한 남자의 혁신영화 《머니볼》은 단순한 야구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기존 시스템의 불합리함에 도전하고, 숫자를 무기로 승부한 한 남자의 경제적 사고 방식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빌리 빈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적은 예산을 가진 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입니다. 대형 구단처럼 스타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할 수 없는 그는, 팀을 이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즉 통계 기반 선수 분석입니다.빌리는 전통적인 스카우터들의 평가 방식—즉, “좋은 외모”, “빠른 발”, “힘 있는 스윙” 같은 감각적 기준을 거부합니다. 대신 그는 선수의 출루율(OBP), 장타율(SLG), 볼넷 비율, 평균 득점 기여도 등 .. 2025. 5. 7.
위에서 흐르고 아래에 고이는 것들: 영화 ‘기생충’으로 본 계급의 경제학 반지하의 경제학: 살아남기 위한 설계《기생충》의 시작은 반지하다. 기택 가족이 사는 공간은 창문으로 발이 보이는 거리와 맞닿아 있고, 햇빛은 반쯤만 들어오며, 모퉁이엔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함께 산다.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 이 반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은유하는 구조적 장치다. 영화는 이 공간을 통해 ‘가난이 단순한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 조건’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설득한다.반지하에는 희망이 없다. 하지만 완전한 지하도 아니다. 계단 몇 개 위로 올라가면 현실이 있고, 몇 개 아래로 내려가면 생존 본능만 남는다. 기택 가족은 그 중간에 걸쳐 있다. 그들은 배달 앱도 없지만, 와이파이를 훔치며 버티고, 냄새나는 피자 상자 접기로 생계를 이어간다. 모든 생존은 불안정한 임시방편이다. 구조가 허술할수록 더.. 2025. 5. 7.
돈으로 살 수 없는 생명: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로 본 경제적 불평등과 제약 자본주의 생명에도 가격표가 붙는 세상: 치료받을 권리의 조건《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보기 드문 영화다. 누군가의 생사가 “약값”이라는 숫자에 좌우된다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 드라마가 아니다. 자본주의 의료 시스템에서 생명이 얼마나 쉽게 가격표가 붙고, 의료가 특권이 되어버리는지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청용은 처음엔 인도산 복제약을 밀수해 큰돈을 벌려는 단순한 장사꾼이었지만, 그가 마주하게 된 현실은 그보다 훨씬 냉혹했다.백혈병 환자들은 정품 항암제인 ‘글리벡’을 구입할 수 없어 죽어간다. 약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고, 보험은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구조 속에서 ‘살기 위해 불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생긴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2025. 5. 6.
거래의 그림자: 영화 ‘맨 온 엣지’로 본 홍콩 범죄와 권력의 이면 조직과 자본의 경계: 범죄와 권력이 만나는 지점《맨 온 엣지》는 홍콩 반환 직전의 혼란을 배경으로, 범죄와 권력, 그리고 자본이 뒤엉킨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드는 느와르 액션이다. 영화는 겉으로는 삼합회와 경찰 사이의 밀고자와 배신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범죄 조직이 자본 시스템과 권력 구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주인공은 삼합회에 잠입한 경찰 ‘사우로’, 그의 정체성과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한다.특히 인상 깊은 점은 조직이 단순히 폭력이나 마약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돈의 흐름과 정보, 그리고 정치적 연줄이 진짜 힘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경찰 고위 간부와 삼합회 수장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누가 범죄자인지, 누가 수호자인지 모호한 관계 속에서..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