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립이 곧 자유일까?” – 청년 노동의 현실과 이동의 딜레마 《백만엔걸 스즈코》의 주인공 스즈코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여기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다. 그녀는 범죄 전과라는 사회적 낙인을 짊어지고 집을 떠나, 100만 엔(약 1,000달러)이 모일 때마다 새로운 도시로 이주하며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운 청춘의 로드무비 같지만, 그 여정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에 떠밀린 생존 방식에 가깝다.“자립”이라는 말은 멋지지만, 그것이 정말 자유로 이어지는지 영화는 끊임없이 되묻는다.스즈코는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마다 식당,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불안정하다. 주소지도 일정하지 않고, 인간관계도 얕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는 대신,..

숨기려는 자와 대비하려는 자, 그리고 모르는 자《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세 집단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정부 금융팀의 책임자 한시현(김혜수)은 급속히 악화되는 외환 보유고 상황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정부에 위기를 공식화하고 대비할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불안을 막기 위해 사실을 숨기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국가 신뢰도 하락과 자본 유출을 우려하며, 위기의 심각성을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길을 택한다.반면 재벌 출신 금융인 윤정학(유아인)은 위기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본다. 그는 국가 디폴트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통화 가치 하락과 금융 시장 붕괴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 한다. 영화는 이런 모습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