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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영화 리뷰

영화 《미안해요, 리키》로 본 꿈꾸던 삶의 무게: 리키와 애비의 무너지는 일상과 신자유주의 경제가 가져온 꿈의 붕괴

by 청산빔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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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y We Missed You 포스터 이미지

꿈꾸던 삶의 무게: 《미안해요, 리키》의 세계

《미안해요, 리키》(2019)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 평범한 가족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배경은 영국 뉴캐슬. 리키와 애비 부부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자영업"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일자리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자유롭게 보이는 이 시스템이 사실은 끊임없는 압박과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덫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리키는 택배 기사로 일하게 되면서 스스로 사업주라는 타이틀을 얻지만, 실상은 매일 정해진 수량을 맞추지 못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고, 사고가 나거나 아파도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극한 노동 환경에 내몰린다. 애비 역시 돌봄 노동자로 일하지만, 환자 방문 시간을 쪼개야 할 만큼 빡빡한 스케줄을 강요받으며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두 사람 모두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버티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유로운 일자리"라는 말은 현실에서는 무거운 부채와 불안정한 미래를 의미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담담하지만 가슴 아프게 따라간다. 리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애비는 감정적·육체적으로 소진되어 간다.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고 붙잡으려 애쓰지만, 무자비한 시스템 속에서는 그것조차 점점 버거운 일이 되어간다.
《미안해요, 리키》는 단순히 한 가족의 몰락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구조적 착취, 그리고 현대 노동시장이 개인에게 가하는 잔혹한 부담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리키 가족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개인적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적 실패가 개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상징한다.
리키는 매일 차에서, 애비는 매일 방문 가정에서 무너져간다. 그들이 바란 것은 그저 평범한 삶이었지만, 시스템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영화는 묻는다.
"자유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리키와 애비: 무너지는 일상

《미안해요, 리키》는 리키와 애비 부부가 "자영업"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삶의 균형을 잃어가는지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리키는 택배 기사로, 애비는 간병인으로 일한다. 자유롭고 주도적인 일자리를 꿈꿨지만, 현실은 그들을 더욱 촘촘한 족쇄로 얽어매었다.
리키는 밴을 구입하기 위해 가정용 자동차를 팔아야 했다. 그 결과 애비는 환자들을 돌보러 다닐 때마다 불편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스케줄은 두 사람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리키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지만, 배송 실패나 약간의 지각에도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실수 한 번이 몇 주간의 수고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그는 매일 같은 압박과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드문 일이 되었고, 부부 사이에도 말보다 한숨이 먼저 오가는 날들이 늘어났다. 노동은 그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로운 노동"이라는 허울 아래, 리키와 애비는 사슬에 묶인 노예처럼 일하고 있었다.
리키와 애비는 더 나은 삶을 꿈꿨지만, 시스템은 그 꿈을 조용히, 그러나 철저히 분쇄해버린다. 《미안해요, 리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노동이란 무엇이며, 자유란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깊이 있게 묻는다.

택배 더미 앞에 서 있는 리키 사진
"자영업자의 탈을 쓴 노동 착취 — 배송 업무에 쫓기는 리키의 일상." ​

신자유주의 경제: 꿈의 붕괴

《미안해요, 리키》는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이 어떻게 인간을 착취하고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한 가족의 몰락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갈가리 찢겨 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시스템에서는 모든 위험이 개인에게 전가된다. 사고, 건강 악화, 배송 실패 — 어떤 문제가 생겨도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영업" 계약서에는 노동자의 독립성이 강조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와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애비가 수행하는 돌봄 노동 역시 매일 반복되지만,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투명한 노동으로 사라진다.
"시스템은 실패한 게 아니다. 시스템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영화는 명확히 지적한다. 이 비극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폭력의 결과다.
리키와 애비 부부는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조차 시스템의 압력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아들 세브는 부모의 부재 속에서 방황하며 학교를 거부하고, 분노로 자신을 표현한다. 딸 리사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대신해 가정을 지키려 하지만,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도 균열이 생긴다. 극심한 피로와 좌절이 서로를 향한 비난으로 번지면서, "우리"라는 울타리는 점점 좁아지고 부서진다. "사랑만으로는 세상의 무게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처절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또한 애비의 간병 노동을 통해 경제 시스템이 돌봄 노동을 어떻게 착취하는지도 보여준다. 애비는 방문당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이동 시간은 보상받지 못한다. 환자들은 점점 죽어가고, 가족들은 무관심한 가운데, 애비는 정서적 고통까지 고스란히 떠안는다. 휴식도 없이 배변 처리를 하고, 쓰러진 노인을 일으켜 세우며, 울음을 삼킨 채 다음 환자 집으로 달려간다.
"사람을 돌보는 일조차 시간 단위로 쪼개져 팔린다."
《미안해요, 리키》는 인간 존엄성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거칠게 충돌하는지를 잔혹할 정도로 정직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묻는다. "우리가 진짜로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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