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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영화 리뷰

《더 킹》 영화로 보는 검찰 권력, 정치 유착, 그리고 권력의 대가

by 청산빔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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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포스터 이미지

검찰 조직과 권력의 민낯

《더 킹》(2017)은 권력이라는 단어가 가진 매혹과 부패를 동시에 드러내는 작품이다.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는 하류층 출신의 고등학생으로, 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검사가 된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검찰 조직은 이미 권력과 특권의 카르텔이 되어 있었고, 법의 이름 아래서 정치와 자본의 욕망이 거래되고 있었다.
영화는 박태수가 ‘엘리트 권력 검사’ 한강식(정우성)을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한강식은 법을 무기로 권력을 만들어내는 인물로, 현실 정치와 검찰 사이의 숨겨진 구조를 조종한다. 그는 박태수에게 말한다. “검사는 세상의 왕이다.” 이 대사는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영화 속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강력하며, 동시에 그만큼 썩어 있다.
특히 《더 킹》은 검찰 조직 내부의 위계 구조, 상명하복 문화, 외부 권력과의 뒷거래 등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어떻게 법을 무기 삼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은, 현실의 뉴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사실적이다.
박태수는 점점 더 큰 권력을 쥐게 되지만, 동시에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 정의를 저버리게 된다. 영화는 묻는다. “정의는 정말 존재하는가? 아니면 힘 있는 자가 말하는 정의가 곧 정의인가?” 《더 킹》은 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이 질문을 통해 관객 스스로 현실의 권력 구조를 돌아보게 만든다.

부와 정치의 유착 구조

《더 킹》은 검찰과 정계의 유착, 그 속에서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박태수는 한강식과 손잡으면서 단순한 검사에서 ‘권력 설계자’로 변해간다. 그들이 주고받는 건 단지 명령이 아니다. 정치인들과 재벌, 언론인, 로비스트까지 얽힌 복잡한 권력 구조 속에서, 돈과 권력은 늘 거래된다.
영화는 실존 사건을 떠오르게 할 만큼 현실에 뿌리내린 디테일을 보여준다. 정권이 바뀌면 모든 라인이 재편되고, 검찰 수뇌부도 새로운 권력에 줄을 서야 한다. 그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의가 아닌 ‘눈치’가 필요하다. 정치 자금을 둘러싼 거래, 언론을 활용한 여론 조작,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협상 등, 《더 킹》은 그 모든 것을 유려하게 담아낸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정계와 재계가 은밀하게 만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장면이다. 화려한 호텔 스위트룸, 고급 술, 사적인 농담 속에서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고, 국민의 권리는 뒷전으로 밀린다. 권력은 언제나 은밀한 장소에서 움직이고, 대중은 그 결과만을 받아들인다.
박태수는 점점 더 권력의 중심에 다가가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를 잊어간다. 돈은 계속 벌리고, 정치는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역시 커다란 권력 구조의 부속품일 뿐이다.
《더 킹》은 이런 유착의 구조가 단순한 비리나 사고가 아닌, 시스템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누가 들어오든, 그 판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는 말한다. “정의는 없다. 권력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권력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돈이다.

“힘 있는 자는 법 위에 군림하고, 웃으며 정의를 말한다.”

권력의 달콤함과 대가

영화 후반부에서 박태수는 ‘세상의 왕’이 된 듯 보인다. 고급 슈트를 입고, 고층 빌딩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정치인들과 술잔을 부딪치고, 재벌과 웃으며 사업을 논한다. 그는 더 이상 가난했던 소년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누리는 권력의 달콤함은, 실은 아주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이었다.
《더 킹》은 권력의 정점에 선 자들이 겪는 내부 갈등과 파멸의 징후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겉으론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불안과 공허함, 배신과 의심에 시달린다. 특히 한강식의 몰락 과정은 권력이 얼마나 쉽게 뒤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장면이다. 박태수 역시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스승과 같은 존재였던 한강식을 배신하게 된다.
권력은 언제나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고, 사람들은 이를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것을 좇는다. 영화는 말한다. “권력은 약속하지 않는다. 오직 소모될 뿐이다.” 박태수의 끝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그는 한때 왕처럼 군림했지만, 결국 더 큰 권력에 의해 소모되고, 밀려난다.
《더 킹》은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돈과 정치, 법과 검찰이 뒤엉킨 구조 속에서, 진짜 승자는 없다. 오직 교묘하게 살아남는 자만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뿐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결코 깨지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얼굴’만이 등장할 뿐이다.
마지막 장면, 박태수가 다시 법정에 서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그는 법의 수호자에서 피의자로 전락했고, 그 모든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익숙해 보인다. 마치 처음부터 예정된 결말 같기도 하다.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한다. "권력의 대가는, 항상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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