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비스트’ 영화로 보는 정의의 붕괴와 인간 욕망의 충돌

by 청산빔 2025. 5. 2.
반응형

비스트 포스터 이미지

범죄와 권력, 타협의 시작

《비스트》는 흉악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찰 내부의 암투와,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 구조를 파헤치는 범죄 스릴러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사회적 공포를 일으킨 사건은 단지 수사의 시작일 뿐, 그 뒤에는 경찰 간의 출세 경쟁과 은밀한 거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인공 한수(이성민)는 형사계장으로서 범인을 조속히 잡아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는 범인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된다. 경쟁자이자 동료인 민태(유재명)는 이 틈을 파고들어 협박과 회유, 조작을 서슴지 않으며 수사를 뒤흔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형사물의 틀을 벗어나, 권력의 작동 방식과 그 안에서 무너지는 윤리를 정밀하게 보여준다. “정의”를 말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타협과 내부 이익이 최우선이다. 특히 사건을 덮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방식은, 오늘날 현실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스트》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지만 영화는 쉽사리 정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한수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통해, 진실보다 중요한 것이 된 ‘거래의 논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진실보다 중요한 거래의 논리

《비스트》에서 살인사건의 진실은 점점 중요하지 않아진다.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누가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얻느냐가 중심으로 부상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진실이 거래되는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수는 우연히 또 다른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게 되지만, 그 정보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조작하려 한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또 다른 범죄와 거래하는 그의 선택은, 경찰로서의 윤리를 넘어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한다. 이때부터 한수는 ‘진실을 은폐한 자’가 아닌, ‘진실을 흥정하는 자’로 변해간다.
영화는 이 거래의 순간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증거를 숨기고, 용의자에게 협조를 약속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은 실제 현실에서 마주할 법한 장면처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관객은 점점 질문하게 된다. “정의란 무엇이고,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민태는 이 구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정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자신의 출세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한수와 범죄자를 동시에 이용한다. 진실은 협상의 카드일 뿐, 정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비스트》는 이처럼 진실이 도덕의 기준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한 자산으로 취급되는 세계를 그린다.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이 게임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그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 《비스트》에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가 피투성이가 된 인물을 이끌고 사건의 중심으로 향하는 장면. 폭력과 의심, 그리고 선택의 딜레마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더 짐승이 되어간다.”

무너지는 정의, 인간의 욕망

《비스트》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수의 선택은 더욱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는 처음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하나하나 진실을 덮고, 사람들을 파멸로 이끄는 트리거가 된다. 민태와의 팽팽한 심리전, 감춰진 과거의 진실, 그리고 범죄자와 맺은 금지된 거래까지—모든 것이 폭로되면서, 한수가 지키고자 했던 자리와 권위는 의미를 잃는다.
이 영화는 "정의가 무너지는 이유는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수는 정의를 가장했지만, 결국 그가 쫓은 것은 권력과 생존이었다. 그리고 민태 역시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가장 능숙한 게임 플레이어일 뿐이었다.
한수는 말한다. “이 길이 아니었으면, 우리 중 누구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의 말은 정당화가 아니라, 고백처럼 들린다. 욕망 앞에 흔들리고, 죄책감조차 잃어버린 인간의 진심이 묻어난다.
영화의 마지막은 결코 통쾌하거나 시원하지 않다. 법과 정의가 승리하는 해피엔딩은 없다. 대신, 폐허 같은 현실이 남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은 깊은 허무와 동시에, 불편한 반성을 마주하게 된다.
《비스트》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욕망이 만든 거래, 그 거래가 만든 침묵, 그리고 침묵이 무너뜨린 정의에 대한 묵직한 보고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말없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도 저들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반응형